물류·비용

한국이 쓰는 원유의 71.9%는 지금 닫혀 있는 해협을 지난다

호르무즈 해협은 2026년 3월 2일부터 닫혀 있다. 대체는 되지만 미국산으로 갈아타면 톤당 50달러가 더 든다. 해협을 지나던 9,858만 톤에 곱하면 연간 49억 5천만 달러다.

코링커 리서치팀2026년 8월 7일 갱신6분 읽기
해상 선적 터미널에 접안한 원유 운반선과 바다 위로 뻗은 파이프라인 잔교

한국이 2024년에 사들인 원유는 1억 3,718만 톤, 853억 달러어치다. 이 가운데 물량 기준 71.9%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들어왔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카타르·이라크 다섯 나라 몫이다. 그 해협이 2026년 3월 2일부터 닫혀 있다. 지금 문제는 이 비중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줄이는 데 톤당 얼마가 드느냐다. 한국 세관에 신고된 금액을 무게로 나누면 다섯 나라 원유는 톤당 612달러, 미국산은 662달러였다. 톤당 50달러 차이다. 9,858만 톤을 전부 미국산으로 바꾸면 연간 49억 5천만 달러가 더 든다.

한국 원유가 지나는 길한국이 원유를 사들이는 주요 국가를 세계지도에 표시한 그림. 페르시아만 안쪽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가 붉게 강조돼 있고 호르무즈 해협 위치에 마커가 찍혀 있다. 대체 공급국인 미국은 청록으로 표시했다.{"type":"map","W":720,"H":400,"nodes":0}호르무즈 해협호르무즈 경유 공급국대체 공급국(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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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다섯 나라의 선적항은 전부 페르시아만 안쪽이다. 면적이 작은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카타르는 점으로 표시했다.자료: UN Comtrade · 2026년 8월 7일 조회

봉쇄는 가정이 아니라 현재형이다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잇는 폭 40킬로미터 남짓의 통로가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2026년 3월 2일 이 해협을 "비우호국"에 닫는다고 발표한 뒤 통항이 멈췄다. 8월 초 기준으로 하루 통과 선박은 한 자릿수다. 평시에는 70척을 넘겼다.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해협 남쪽 오만 영해 쪽으로 붙어 지나는 항로가 남아 있는데, 8월 들어 그 항로에서 두 척이 피격됐고, 오만과 이란 사이에 통항 관리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한국은 즉시 영향을 받았다. 정부는 3월 13일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두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이다. 유류세 인하 폭도 휘발유 7%에서 15%로, 경유 10%에서 25%로 넓혔다.

조달은 실제로 옮겨 갔다. 5월 기준 중동산 비중은 56%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평균보다 13%포인트 낮다. 미국과 서아프리카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한 결과다. 다만 정유업계는 7·8월 물량은 잡아 뒀고 9월부터가 문제라고 본다.

71.9%에는 이라크가 들어간다

원유는 국제 품목분류에서 2709 하나로 잡혀 국가별 비교가 쉽다. 상대국별로는 사우디가 295억 달러로 가장 크고 아랍에미리트 119억, 이라크 77억, 쿠웨이트 66억, 카타르 47억 달러가 뒤를 잇는다. 다섯 나라를 합치면 603억 달러, 9,858만 톤이다.

이 다섯의 공통점은 산유국이라는 것이 아니라 선적항이 전부 페르시아만 안쪽에 있다는 것이다.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나가는 출구는 호르무즈 해협 하나뿐이다. 이라크가 여기 들어가는 이유도 같다. 이라크산 원유는 대부분 바스라 터미널에서 실리는데 그 항구도 만 안쪽이고, 튀르키예 제이한으로 빼는 북부 송유관은 2023년 3월부터 멈춰 있다.

상대국별 원유 수입액 (2024년)사우디부터 카타르까지의 상대국별 원유 수입액 (2024년). 수입액은 사우디 295 억 USD에서 카타르 47 억 USD로 하락.{"plot":{"x":74,"y":62,"w":620,"h":302},"yMin":0,"yMax":300,"type":"bar","decimals":0,"yFormat":"num","points":[{"s":0,"i":0,"v":295,"x":125.7,"y":67},{"s":0,"i":1,"v":142,"x":229,"y":221.1},{"s":0,"i":2,"v":119,"x":332.3,"y":244.2},{"s":0,"i":3,"v":77,"x":435.7,"y":286.5},{"s":0,"i":4,"v":66,"x":539,"y":297.6},{"s":0,"i":5,"v":47,"x":642.3,"y":316.7}]}0100200300사우디미국아랍에미리트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상대국단위: 억 USD295142119776647유일한 비호르무즈 대형 공급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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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여섯 곳 가운데 미국을 뺀 다섯이 모두 페르시아만 안쪽이다.자료: UN Comtrade · 2026년 8월 7일 조회
이 도표의 데이터 보기
상위 여섯 곳 가운데 미국을 뺀 다섯이 모두 페르시아만 안쪽이다. — 원 데이터
상대국수입액 (억 USD)
사우디295
미국142
아랍에미리트119
이라크77
쿠웨이트66
카타르47

우회로가 아예 없지는 않다. 아랍에미리트는 합샨에서 푸자이라로 빼는 송유관을 갖고 있어 해협 바깥에서 실을 수 있다. 사우디도 홍해 쪽으로 넘기는 관로가 있다. 다만 두 관로의 용량을 합쳐도 다섯 나라 수출량에는 못 미친다. 위 71.9%는 그 우회 여력을 빼지 않은 값이므로 실제로 막히는 비중은 이보다 낮다.

대체는 되는데 톤당 50달러가 더 든다

미국산 원유는 2024년에 이미 142억 달러어치, 2,151만 톤이 들어왔다. 전체 1억 3,718만 톤의 15.7%다. 대체 공급원이 없어서 다섯 나라에 묶여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값이 문제였다. 미국산 단가가 톤당 662달러로 다섯 나라 평균 612달러보다 50달러 높다. 612달러를 기준으로 8.2%다. 유가가 하루에 그만큼 움직이기도 하니 비율만 보면 작아 보인다. 그런데 이 차이는 9,858만 톤 전부에 곱해진다. 곱하면 49억 5천만 달러다.

단가가 벌어지는 이유는 유종과 거리 둘 다다. 미국이 수출하는 셰일 원유는 대체로 가볍고 황이 적어 프리미엄이 붙는다. 여기에 태평양을 건너는 운송 거리가 얹힌다.

그리고 값만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정제설비는 중동산 중질·고유황 원유에 맞춰 설계돼 있다. 가벼운 원유를 넣으면 나오는 제품 구성이 달라진다. 그래서 조달선 전환은 계약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설비 운전을 바꾸는 일이고, 몇 달이 든다. 봉쇄가 시작된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 남짓 걸려 중동 비중이 지난해 평균보다 13%포인트 내려간 것이 그 속도다.

수출기업에게 이것이 왜 문제인가

원유를 직접 사지 않는 제조업체도 이 숫자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로는 세 가지다.

첫째, 납사 가격이다. 원유 조달 비용이 오르면 석유화학 원료인 납사 가격에 반영되고, 플라스틱·합성수지·섬유 원료를 쓰는 모든 공정의 원가가 따라 움직인다.

둘째, 해상운임과 보험료다. 해협 긴장이 높아지면 전쟁위험할증료가 먼저 오른다. 이 비용은 원유선에만 붙지 않는다. 같은 수역을 지나는 컨테이너선 요율에도 전이된다. 중동·인도 항로를 쓰는 화주가 직접 부담한다.

셋째, 환율이다. 에너지 수입 금액이 커지면 경상수지가 눌리고 원화가 약해진다. 원화가 약해지면 수출 대금이 원화로는 커지므로 단기적으로는 유리하다. 다만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하는 구조에서는 수입 원가도 함께 올라 그 이득이 줄거나 사라진다.

이란산은 왜 계산에서 빠졌나

이 기사의 공급국 목록에 이란은 없다. 한국의 원유 수입 통계에 이란산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란은 미국의 포괄적 제재 대상이고, 이란산 원유를 거래하면 제3국 기업도 제재 대상이 된다. 한국 정유사들은 2019년 5월 예외 조치가 끝난 뒤 도입을 중단했다.

따라서 이 기사에서 이란은 공급국이 아니라 해협의 접경국으로만 등장한다. 수출입 실무에서 이란·러시아·북한처럼 제재 대상국이 거래 경로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면 계약 전에 수출통제 스크리닝을 거쳐야 한다. 원산지 세탁이나 제3국 경유는 적발 시 거래 상대방까지 제재 대상에 오른다.

지금 확인할 것

첫째, 자사 원가에서 유가 연동 항목의 비중을 계산한다. 납사계 원료, 포장재, 운송비를 합치면 생각보다 크다. 이 비중을 모르면 유가 시나리오를 원가로 옮길 수 없다.

둘째, 중동·인도 항로를 쓰는 선적이 있다면 계약서의 전쟁위험할증료 조항을 확인한다. 화주 부담인지 선사 부담인지, 상한이 있는지를 다음 선적 전에 확인해야 한다.

셋째, 유가가 10% 오르면 자사 원가가 몇 퍼센트 오르는지 한 줄로 답할 수 있게 만들어 둔다. 바이어가 가격 인상 요구를 받았을 때 근거로 쓸 수 있는 것은 이 한 줄뿐이다.

숫자 하나로 정리하면

한국이 쓰는 원유의 71.9%가 지금 닫혀 있는 해협을 지난다. 그 물량을 미국산으로 바꾸는 값은 톤당 50달러, 연간 49억 5천만 달러다. 봉쇄가 풀리느냐 마느냐는 기업이 정할 수 없지만, 조달 단가가 8.2% 올라갈 때 자사 원가가 어떻게 되는지는 미리 계산해 둘 수 있다. 그 계산을 해 둔 회사와 안 해 둔 회사의 차이가 다음 협상에서 드러난다.

이 계산의 한계

대상은 HS 2709 원유 한 품목이며 LNG·석유제품은 포함하지 않았다. 수입액과 물량은 2024년 한국 세관 신고 기준으로 UN Comtrade 공개 조회에서 받았고 조회 시점은 2026년 8월 7일이다.

2024년 수치로 2026년의 구조를 설명한 글이다. 봉쇄 이후 실제 조달 구성은 이미 바뀌었고, 5월 기준 중동 비중이 56%로 내려갔다는 발표가 나와 있다. 위 71.9%는 봉쇄 이전의 기준선이지 지금의 실측치가 아니다.

단가는 금액을 물량으로 나눈 값이라 유종 구성과 계약 조건의 차이가 섞여 있다. 톤당 50달러를 유종 프리미엄과 운송비로 분해하지는 않았다. 전량 대체 가정은 산술 계산이지 실행 가능성 평가가 아니며, 정제설비 적합성·계약 기간·미국의 수출 여력은 반영하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의 우회 송유관 용량도 빼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해협에 묶이는 비중은 71.9%보다 낮다.

봉쇄 상황과 정부 조치는 공개 보도를 정리한 것이며, 통항 척수와 중동 비중은 발표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자사 품목번호와 수출 시장을 입력하면 같은 방식의 계산을 무역 데이터 서비스 코링커에서 돌려볼 수 있다.

이 기사의 도표 데이터는 CSV 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를 밝히면 자유롭게 인용해도 됩니다.

출처

  1. 1.UN Comtrade — 한국의 원유(HS 2709) 수입, 2024년 상대국별 · United Nations · 2026년 8월 7일 조회라이선스: UN Comtrade 이용약관 — 출처 표기, 원본 대량 재배포 금지공개 조회(preview) 엔드포인트 사용
  2. 2.UN Comtrade — 미국의 한국산 승용차(HS 8703) 수입, 2024년 · United Nations · 2026년 8월 6일 조회라이선스: UN Comtrade 이용약관 — 출처 표기
  3. 3.미국 에너지정보청(EIA) — 호르무즈 해협 통항 개요 ·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 2026년 8월 7일 조회라이선스: U.S. Government Work (Public Domain)1980년대 유조선 전쟁 중에도 통항이 유지된 사실

표지 사진 U.S. Navy photo by Photographer's Mate 2nd Class Andrew M. Meyers. · Wikimedia Commons

계산 방식과 데이터 처리 규칙은 방법론에 정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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